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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남자의 ‘치맛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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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가 아닙니다. 유행입니다

‘치마 입은 남자’의 출현이 새삼스러울 건 없다. 일단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 ‘킬트’가 있고, 2000년대 초반 눈길을 끌었던 ‘남자치마입기추진위원회’나 ‘치마를 입는 남자’류의 인터넷 동호회가 있으며, 200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최한 〈브레이브하트 : 치마를 입은 남성들〉이라는 히트 전시회까지 존재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이미 치마 입은 남자에 대한 내성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2021년 치마 입은 남자들은 다르다.
먼저 지난 6월 프라다에서 공개한 2022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부터 심상치 않다. 허벅지 윗부분만 간신히 가린 짧은 하의를 입은 남자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이는 ‘쇼츠(shorts, 짧은 바지)’와 ‘스커트(skirt, 치마)’의 합성어인 ‘스코트(skort)’라는 이름으로 대유행을 예고했다. 펜디 역시 컬렉션에서 허리선이 훤히 드러나는 짧은 남성용 크롭톱을 선보이며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던 배꼽티를 적극적으로 남성에게 입히기 시작했고, 프랑스 디자이너브랜드 ‘셀린’은 킬트 스타일의 체크무늬 치마를 청바지 위에 덧입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남성들의 스커트 착용을 독려했다.

확대보기프라다 남성 모델얼핏 여자라 해도 믿을 정도로 짧은 ‘스코트’가 잘 어울리는 프라다의 남성 모델(출처 : www.prada.com)

확대보기펜디 남자 모델 / 치마 정장 입은 배우 봉태규1_ 짧은 크롭톱에 미니 사이즈 핸드백을 든 ‘펜디’의 남자 모델(출처 : www.fendi.com)
2_ 지난해 드라마 제작 발표회에서 ‘톰 브라운’의 치마 정장을 입어 화제가 된 배우 봉태규. 그는 “치마는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고 멋졌다”고 당당하게 밝혀 트렌드 세터로서의 감각과 태도를 모두 인정받았다.(출처 : 봉태규 인스타그램

치마와 배꼽티 등 다소 파격적인 의상에만 주목할 것도 아니다. 짧은 스커트를 입은 남성의 귀에 진주 귀걸이가 걸려 있고, 배꼽티를 입은 손에는 앙증맞은 핸드백이 당당하게 들려 있다. 놀라운 점은 이들이 전혀 추하다거나 변태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세련되고 발랄하며 심지어 보기 좋기까지 하다! 이쯤 되면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 트렌드가 적어도 남성복 시장에서만큼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즉 대세가 되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젠더리스 트렌드, Z세대가 주역

솔직히 젠더리스 트렌드가 뭐가 새로운가. 우리는 이미 유니섹스의 시대를 넘어왔다. 남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건 더이상 화제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젠더리스 트렌드는 특별하다. 유니섹스라고 하면 남녀가 헐렁한 옷을 똑같이 입는 것을 의미하지만 젠더리스에는 그런 구분조차 무의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성별적 구분에 구애받지 않는 진정한 자유 추구가 젠더리스의 시작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의 콘셉트 포토 속 스커트 패션과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들고 싶다. 사진 속에서 지민은 짧은 체크스커트에 퍼 부츠를 신고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과거에 치마나 하이힐을 시도한 남자 연예인이 종종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민은 달랐다. 대중이 열광하고 스커트를 따라 샀다. 세계적인 톱 아이돌이라서? 아니다. 이는 현재 젠더리스 트렌드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일 뿐이다.

확대보기방탄소년단 ‘Butter’ 콘셉트 지민방탄소년단 ‘Butter’의 콘셉트 포토에서 지민이 선보인 젠더리스 패션. 해당 제품은 완판되었다.(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여기서 우리는 젠더리스 트렌드의 막강한 영향력 뒤에 Z세대가 있음을 눈치 채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보다 자유롭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며 진보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Z세대에게 남녀의 이분법은 무의미하다. 그들은 성 정체성이나 젠더문제에도 훨씬 관대한 입장론을 펼친다. Z세대에게 패션은 개성의 표현이며 ‘남자답다’거나 ‘여성스럽다’ 등 기존의 가치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을 거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남자가 치마를 입거나 반대로 여자가 헐렁한 운동복 또는 남성 정장을 입는 일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기만 한다면 그 자체를 ‘멋’으로 받아들인다.

고정관념을 깨면 ‘확실히’ 돈이 보인다

덕분에 기업들도 바빠졌다. 패션을 넘어 일상의 전 영역에 젠더리스 트렌드가 빠르게 스며들리란 예측이 가능하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며 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이 수순이다. 화장품 업계는 벌써부터 남성용 제품을 따로 생산하지 않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성별은 달라도 피부가 좋아하는 성분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 때문이다. 남자들이 짧은 하의를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다리털 제거나 레이저 제모 관련 제품도 더 많이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여성 소비자 대신 새롭게 Z세대 남성 소비자를 공략한 화장품이 물밀듯 쏟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성을 위한 ‘트렁크 팬티’와 ‘드로즈’가 여성 속옷 시장의 판도를 바꾼 것도 비슷한 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서 선보인 여성용 사각팬티는 출시 2개월 만에 여성 팬티 판매 1위를 달성했다. W컨셉에서 인기몰이 중인 ‘레투(LE2)’의 ‘아노락 셋업’처럼 남성용으로 출시했다가 여성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인기를 끈 제품 사례도 많아졌다. 젠더리스 트렌드에 업계가 촉각을 바짝 세울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신사 숙녀 여러분’이라는 말 대신 ‘여러분 안녕하세요’라는 표현을 써야 환호받는다는 사실을 아는지? 화장품과 생리대는 남성 모델이 광고하고, 면도기는 여성이 광고하고 있다는 사실도? 하이힐을 신은 남자와 자동차를 수리하는 여자가 꽤 흔해졌다는 건? 지금 이 순간에도 젠더리스 트렌드와 Z세대의 성별을 초월한 자기표현 욕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젠더를 의식하는 행위 자체가 ‘꼰대 인증’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박성연

조회수 : 1,105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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